퀴어들의 민족 대명절이 있다. 바로 퀴어 퍼레이드다.


퀴어 퍼레이드가 매력적인 것은, 기독교 단체의 혐오 시위에 둘러싸인 와중에도

온전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유쾌하고 즐겁게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다는 데에 있다.

(혹여나 동성애자를 비롯한 퀴어가 문제가 있거나 잘못된 사람들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이 있다면 뒤로가기를 누르시길..)


다양한 사람들이 운영하는 부스를 체험할 수 있고, 일정 금액의 후원금을 지불하면 그들이 만든 물건들을 얻을 수 있다.

다양한 퀴어 예술인들이 모여 공연을 하기도 하고, 서울 도심을 돌아다니는 퍼레이드를 하기도 한다.




가는 길에 동성애를 죄악이라고 외치는 기독교인 단체를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다.

페스티벌을 제대로 방해하려고 벼르고 있었는지, 여러 북들이 놓여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페스티벌 입구이다.

아쉬운 건, 페스티벌 내부에는 press 증을 얻지 않는 이상 사진을 찍을 수 없다고 해서

친구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걸 제외하고는 별로 찍지를 못했다.



부스를 몇 개 돌지도 않았는데, 에코백에 꽂히고 말았다.

에코백에 적힌 pride라는 단어는, 차별과 폭력에 대항하는 긍정적인 단어로

퀴어들이 자신의 존재, 정체성에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로 쓰인다고 한다.


옛날에 백팩을 멜 때엔, 자꾸 뱃지가 뜯어져서 뱃지를 달지 않았었는데,

이번 에코백을 계기로 뱃지를 달기 시작했다.

무지개 테마의 두 뱃지는 각각 국제 엠네스티 단체와 녹색당 단체에서 받은 뱃지이다.

녹색당의 뻔뻔한 '뭐' 문구가 인상적이다.

옆에는, 기억은 안나지만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과 관련해서 같이 행동하다가 받은 뱃지로 기억하고 있다.

노란 리본, 보라색 리본, 무지개 리본이 손을 잡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필자가 속한 알바노조 부스이다.

일터에서의 자유로운 젠더 권리를 보장하라고 써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를테면 cgv에서는 여성 노동자는 치마를 입고, 남성 노동자는 바지를 입어야 하는데,

이러한 규정이 성별이분법을 강요하는 것이고, 그러한 이분법을 강요말라는 메세지를 담은 스티커를 나눠주기도 했다.

무지개 초커 목걸이도 팔았는데 디자인이 꽤 귀여웠다.



이번 퀴어 페스티벌을 돌면서 받은 굿즈들이다.


흥미로운 건, 퀴어 기독교 단체와 불교 단체도 있었다는 것이다.

흥 많은 스님은 북을 두들기고 음악에 맞춰서 사람들하고 춤을 추기도 하셨다.

기독교 단체에서는 예수 복장을 한 서양인들이 돌아다니기도 했다.

필자는 성소수자 관점에서 성경을 다루는 책을 구매했다.

아무래도 가족이 기독교인이라서 더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각종 대사관에서도 부스를 차렸다.

독일, EU, 프랑스 등등에서 왔었다.

구글에서도 굿즈를 팔고 있었는데, 스마트폰의 안드로이드 OS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가 반가웠다.

(혹시 안드로이드도 퀴어가 아닐까? ㅋㅋㅋ)


또 무성애자 단체에서도 부스를 차렸는데,

연애감정을 세분화해서 설문조사를 하는 걸 보았다.

기존의 연애관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그리고 친구가 진행하고 있는 모난돌 프로젝트에서 엽서를 팔길래 구매해버렸다.

모난돌 프로젝트는 '정상적인 삶'에서 배제되었음에도 꿋꿋이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창작하는 프로젝트이다.

모난돌 동화도 연재하고 있다. 모난돌의 모험을 다루는 이야기 책도 발간할 예정이라고 한다.


무엇보다도 필자를 가장 설레게 만든 것은, 바로 영화제 부스였다.


이번에 퀴어 영화제가 신사역 부근에서 열린다고 한다.

배제받았던 다양성을 담아낸 다양성 영화를 상영한다는 점에서 굉장한 기회라는 생각도 들었다.

꼭 영화제에 갔다와서 후기 글을 써야겠다!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가 버렸다.

온갖 혐오가 들끓는 와중에도 유쾌한 페스티벌을 준비한 사람들이 존경스러워졌다.

비가 많이 내리긴 했지만, 어떤 날씨도 페스티벌을 막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내년에 참여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내년 페스티벌도 왕왕 기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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