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다 미루다 매진 직전에 겨우 예매에 성공해서 퀴어 영화제에 가게 되었다.


매진이 되지 않은 상영작을 찾다가

인종과 젠더, 계급과 섹슈얼리티, 게이와 트랜스젠더의 경계를 오가는 다큐라는 소개에 끌려서 폐막작을 고르게 되었다.

영화제는 신사역 옆에 있는 롯데시네마 브로드웨이에서 상영하고 있었다.



상영관에 올라가니 복도가 꾸며져 있었다.

스태프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폐막작이라 분주했던 모양이다.



옆에는 부스가 있었다.

다양한 굿즈를 팔거나 나눠주었다.

특히 무료로 콘돔을 나눠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폐막식에는 각종 축사와 시상식, 스태프 소개 등등의 시간을 가졌다.

사실 폐막식에도 그냥 영화만 틀어주는 줄 알았었는데, 그건 아니었다.

하필 영화제에 처음으로 간게 폐막식이라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폐막작으로는 '마샤 P 존슨의 죽음과 삶'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여주었다.

아무래도 요 근래 한국은 퀴어 페미니즘과 관련된 논쟁, 갈등이 오가고 있는 상황이고,

이러한 현실 속에서 다양한 교차성을 가로지르는 이 다큐멘터리는 굉장히 시의적절한 영화였다.


특히 퀴어 페스티벌의 기원이 되는 사건을 다룬다는 점에서 뜻깊은 다큐이기도 했다!


이렇게 퀴어 영화제의 처음이자 마지막 순간을 보내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못 본 영화는 킵해뒀다가 어떻게든 나중에 봐야겠다~



높게 평가받는 뮤지컬로 알려진 '헤드윅'의 영화 버전이다.

원제는 'Hedwig and the Angry Inch'이다.

영화도 뮤지컬 형식을 따르고 있다.

영화와 뮤지컬 모두 동일한 감독에 의해 만들어졌다.

주인공 역시 감독 본인이 뮤지컬과 영화에 모두 출연했다.

줄거리는 뮤지컬과 영화 모두 동일하지만,

배경이나 특정 인물의 출연 여부 등의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불행했던 과거를 가진 트랜스젠더 여성 헤드윅은

사랑으로부터 배신당한 유명한 락스타 토미를 따라다니면서 미행 투어를 시작한다.

투어를 하면서 드러내는 그녀의 이야기, 투어를 하면서 마주하는 사건, 갈등을 통해 그녀가 성장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의 이야기는 대체로 음악을 통해 전개된다.

그렇다보니 담백하기보다는 드라마틱한 느낌을 주게 된다.


뮤지컬에서 쓰이는 음악의 장르는 락큰롤이다.

밴드음악을 좋아한다면 음악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유명한 곡으로는 'origin of love'가 있다.





트랜스젠더라는 마이너한 소재를 썼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불편하게 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선입견이라는 벽을 넘어설 때,

영화가 보여주는 먹먹한 감동과 깊은 교훈은

이 영화가 오직 예외적인 사람에 대한 영화는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다.





원작이 뮤지컬이라 그런지

뮤지컬에서 볼 수 있는 무대장치 구성이 엿보이기도 했다.

영화를 다시 본다면, 대수롭지 않게 여길만한 배경들이 단순한 배경으로만 존재했던 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영화는 반 쪽짜리의 사람이 하나가 되어가는 성장담을 그리는 영화이다.

캐릭터는 굉장히 화려해보이지만, 화려한 만큼 외롭다.

꾸민 것 같지만, 꾸밈없는 삶의 순간들을 보여준다.

영화의 인물들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모습들이 관객의 가슴을 울린다.

최고의 뮤지컬 영화로 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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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들의 민족 대명절이 있다. 바로 퀴어 퍼레이드다.


퀴어 퍼레이드가 매력적인 것은, 기독교 단체의 혐오 시위에 둘러싸인 와중에도

온전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유쾌하고 즐겁게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다는 데에 있다.

(혹여나 동성애자를 비롯한 퀴어가 문제가 있거나 잘못된 사람들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이 있다면 뒤로가기를 누르시길..)


다양한 사람들이 운영하는 부스를 체험할 수 있고, 일정 금액의 후원금을 지불하면 그들이 만든 물건들을 얻을 수 있다.

다양한 퀴어 예술인들이 모여 공연을 하기도 하고, 서울 도심을 돌아다니는 퍼레이드를 하기도 한다.




가는 길에 동성애를 죄악이라고 외치는 기독교인 단체를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다.

페스티벌을 제대로 방해하려고 벼르고 있었는지, 여러 북들이 놓여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페스티벌 입구이다.

아쉬운 건, 페스티벌 내부에는 press 증을 얻지 않는 이상 사진을 찍을 수 없다고 해서

친구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걸 제외하고는 별로 찍지를 못했다.



부스를 몇 개 돌지도 않았는데, 에코백에 꽂히고 말았다.

에코백에 적힌 pride라는 단어는, 차별과 폭력에 대항하는 긍정적인 단어로

퀴어들이 자신의 존재, 정체성에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로 쓰인다고 한다.


옛날에 백팩을 멜 때엔, 자꾸 뱃지가 뜯어져서 뱃지를 달지 않았었는데,

이번 에코백을 계기로 뱃지를 달기 시작했다.

무지개 테마의 두 뱃지는 각각 국제 엠네스티 단체와 녹색당 단체에서 받은 뱃지이다.

녹색당의 뻔뻔한 '뭐' 문구가 인상적이다.

옆에는, 기억은 안나지만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과 관련해서 같이 행동하다가 받은 뱃지로 기억하고 있다.

노란 리본, 보라색 리본, 무지개 리본이 손을 잡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필자가 속한 알바노조 부스이다.

일터에서의 자유로운 젠더 권리를 보장하라고 써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를테면 cgv에서는 여성 노동자는 치마를 입고, 남성 노동자는 바지를 입어야 하는데,

이러한 규정이 성별이분법을 강요하는 것이고, 그러한 이분법을 강요말라는 메세지를 담은 스티커를 나눠주기도 했다.

무지개 초커 목걸이도 팔았는데 디자인이 꽤 귀여웠다.



이번 퀴어 페스티벌을 돌면서 받은 굿즈들이다.


흥미로운 건, 퀴어 기독교 단체와 불교 단체도 있었다는 것이다.

흥 많은 스님은 북을 두들기고 음악에 맞춰서 사람들하고 춤을 추기도 하셨다.

기독교 단체에서는 예수 복장을 한 서양인들이 돌아다니기도 했다.

필자는 성소수자 관점에서 성경을 다루는 책을 구매했다.

아무래도 가족이 기독교인이라서 더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각종 대사관에서도 부스를 차렸다.

독일, EU, 프랑스 등등에서 왔었다.

구글에서도 굿즈를 팔고 있었는데, 스마트폰의 안드로이드 OS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가 반가웠다.

(혹시 안드로이드도 퀴어가 아닐까? ㅋㅋㅋ)


또 무성애자 단체에서도 부스를 차렸는데,

연애감정을 세분화해서 설문조사를 하는 걸 보았다.

기존의 연애관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그리고 친구가 진행하고 있는 모난돌 프로젝트에서 엽서를 팔길래 구매해버렸다.

모난돌 프로젝트는 '정상적인 삶'에서 배제되었음에도 꿋꿋이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창작하는 프로젝트이다.

모난돌 동화도 연재하고 있다. 모난돌의 모험을 다루는 이야기 책도 발간할 예정이라고 한다.


무엇보다도 필자를 가장 설레게 만든 것은, 바로 영화제 부스였다.


이번에 퀴어 영화제가 신사역 부근에서 열린다고 한다.

배제받았던 다양성을 담아낸 다양성 영화를 상영한다는 점에서 굉장한 기회라는 생각도 들었다.

꼭 영화제에 갔다와서 후기 글을 써야겠다!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가 버렸다.

온갖 혐오가 들끓는 와중에도 유쾌한 페스티벌을 준비한 사람들이 존경스러워졌다.

비가 많이 내리긴 했지만, 어떤 날씨도 페스티벌을 막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내년에 참여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내년 페스티벌도 왕왕 기대해야겠다~



한국에서는 2014년에 개봉한 영화, '따뜻한 색, 블루'는 어느 한 소녀의 사랑 영화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퀴어다. 이성과 맺는 사랑에 특별한 감정을 못 느끼는 주인공이 자신의 진짜 사랑을 찾는다.

그래서 이 영화는 솔직하다. 사회적 시선에 의한 갈등도 보여주지만, 거기에 크게 집중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보다는 주인공의 감정의 변화들, 엠마라는 푸른 머리의 소녀와의 관계에 더 집중한다.

 

이 영화는 굉장히 가깝다.

카메라는 주인공 아델에게 붙어 다닌다. 그래서 아델과 그녀의 주변 인물들보다 풍경들을 덜 비추게 된다.

오히려 풍경들이 아델을 표현하는 세계가 된다.

아델의 뒤에서 키스하는 여성들이 보이고, 가끔은 아델의 뒤에서 슬퍼하는 여배우가 보인다.

이 영화는 아델의 세계를 찍은 영화이다.

 




이 영화는 색깔을 다룬다.

엠마의 파란 머릿색은 결코 우연적인 색깔이 아니다. 이 영화는 엠마의 파란색에 아델이 물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누구에게 어떻게 파랑이 물들고 빠지는 지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영화는 굉장히 관능적이다.

아델과 엠마와의 관계에서 보이는 로맨틱한 긴장감은 보는 이로 하여금 숨죽이게 만든다.

감독은 아델 배역을 뽑을 때, 배우의 레몬 타르트 먹는 입이 마음에들어서 뽑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영화에서 아델의 입술이 자주 보인다.

초반엔 입술로 스파게티를 먹는 장면도 나오지만, 영화에서 입술은 먹는 것보다는 다른 데에 더 많이 쓰였던 것 같다.





3시간의 긴 호흡을 지녔지만, 이 영화는 충분히 그럴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인물 간의 감정선을 묘사하는 데 짧은 호흡은 오히려 감상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물론 3시간이라는 시간이 결코 지루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아델과 엠마의 관계, 관계에서 드러나는 감정선을 하나하나 음미하다보면 시간은 점점 빠르게 흘러간다.





이 영화는 아델이라는 캐릭터에 공을 들인 영화이다.

엠마와 만나기까지의 아델의 감정의 변화들도 결코 짧은 호흡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에게 이 영화는 아델의 사랑 영화로 느껴졌다.

성적 지향성의 성장통을 겪다가 엠마라는 파란색에 푹 빠져

파랑이라는 따뜻한 색깔을 물들이며 그녀의 사랑의 역사를 전개해 나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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